호그와트, 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03-2

"오늘은 대표적으로 널리 쓰이는 약초들의 종류에 대해서 배울겁니다. 상처나 질병이 다양한 만큼 그에 따라 쓰이는 약초 또한 매우 많겠죠? "
약초의 종류를 외울 생각을 아이들은 끔찍한 것인지, 여기저기서 한숨과 한탄이 뒤섞여 터져 나왔다. 그에 스프로우트 교수님이 인자한 웃음을 지으시곤 살짝 삐뚤어진 모자를 제대로 고쳐 쓰시며 말씀하셨다.
"시험 기간에 공부 할 양이 많을까봐 걱정되나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 아직은 저학년이니까 가볍게 개론 정도로 끝낼 거니까. 가장 쉽게 만들 수 있고 어떤 상처에도 효과가 좋은 맨샤 에는 어떤 약초들이 쓰이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어요. 치료 마법계열로 전공을 할 생각이 있는 학생이라면 오늘 수업 내용을 아주 자세히 듣는 것이 좋을거예요."
그러고 교수님은 뒤를 돌아 칠판에 대표적으로 자주 쓰이는 약초의 종류들을 마법으로 금새 쓰셨고, 아이들은 그를 따라 적으려고 애쓰기 바빴다. 그런데 요지부동으로 아무 행동도 안하고 멍하니 자신의 책상 위 가지런히 놓여져있는 만연필만 째려보는 진아가 있었다. 그러고 이내 눈에 힘을 풀고는 교수님 몰래 한숨을 쉬었다.
'사과의 의미로 준비는 했다만...이걸 어떻게 전해준담.....'
그러고는 이내 자신의 머리를 마구 쥐어뜯으며 내적 비명을 질렀다.
'아오! 진짜 김석진 그 자식은 왜 그렇게 인기가 많아서....! '
진아가 여전히 자신의 기다란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교수님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그녀를 보고 말했다.
"정진아 학생, 화장실이라도 급한건가요? 머리까지 쥐어뜯을 정도면."
교수님의 말과 동시에 아이들이 그녀를 쳐다보고 와하학-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진아의 기다란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헝크러져 완전 폭탄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얼굴이 벌개진 채 재빨리 자신의 머리 모양새를 가다듬으며 아니라고 대답한 후에 책 속에 고개를 푹 박았다.
'으...창피해, 창피해, 창피해!!!! 김석진 때문에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교수님은 다시금 수업을 진행하셨고, 아이들도 언제 웃었냐는 듯이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진아는 만연필을 다시금 째려보다 눈을 질끈 감고 교수님의 말 소리를 배경 삼아 생각에 잠겼다.
"석진 선배...저, 이거요!"
그러니까 진아가 지난 번 석진에게 화낸 일로 사과를 하려던 참이였다. 사과의 선물인 만연필과 함께. 그런데 자신보다 빠르게 석진의 앞을 가로막는 한 여학생의 모습에 진아는 다시 뒷걸음질 쳐 건물 뒤로 숨었다.
'그래...김석진 인기 많은 놈이였지...다음...다음 시간에 전달해주자..!'
그리고 3교시인 마법학 수업이 끝난 후에 재빨리 석진이 있는 레번클로 3학년 교실에 도착했을 때, 진아는 생각했다.
'아, 이번에도 뺏겼다.'
"석진아, 이거 내가 만든 피로 회복 마법이 들어간 초콜릿인데...받아줄래?"
제 얼굴마냥 빨간 머릿칼을 소유한 동급생이 수줍은 듯 몸을 베베 꼬며 석진에게 말했다. 석진은 그러면 이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선물을 받아들이곤 말했다.

"신경써줘서 고마워, 잘 먹을게."
그러면 동급생인 그 여자아이는 기쁘다는 듯이 환히 웃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매교시마다 일어났다. 뭔 선물들을 그리 하는지 정말 지희 말대로 김석진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였다. 하나같이 여자애들 외모가 특출나기도 했다. 그런데 특히나 가장 맘에 안들었던 것은 다 좋다고 받아주면서 웃어대는 김석진의 꼴이 진-짜 짜증나게 싫었다. 진아는 또 다시 놓친 타이밍에 몸을 돌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이상하게 속이 상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석진의 선물을 사는 바람에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었지만, 이상하게 체한 것 처럼 더부룩했다. 손에 쥐고 있는 만연필 케이스의 부드러운 벨벳을 괜스레 만지작댔다.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는지, 참. 그냥 사과 편지만 써도 될 것을 왜 그리 애를 쓰니 진아야....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귀찮으시겠지만 글 분위기가 여기서부터 달라지니까 제발 바꿔주세요!!!!!!!!!!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할게요. 다들 맛있는 저녁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어느새 수업이 끝났나보다. 책을 덮으며 아이들에게 저녁 인사를 하고 교실을 벗어나는 교수님을 바라보는 것을 끝으로 회상을 멈추었다.
약초학 수업 오늘 필기 내용 많았을텐데...하는 수 없지, 염치없지만 루완다에게 빌리는 수 밖에. 진아는 책을 덮으며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짐을 다 싼 루완다가 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진아, 저녁 먹고 기숙사 들릴거야?"
나는 만연필을 가방에 넣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이내 손에 든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바로 가자, 연습장 캐비닛에 빗자루 어제 넣어둬서 굳이 들릴 필요 없어."
루완다는 고개를 끄덕였고 저녁 후에 있을 퀴디치 연습에 대해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그레이트 홀로 들어섰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홀은 매우 한산했다. (금요일에는 기숙사 점호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이른 저녁부터 호그스미드로 나가서 논다.)
시끄러울 일 없어서 좋네, 뭐. 자질구레한 생각과 함께 음식을 가득 담은 식판을 가지고 자리에 앉아 수저를 들고 먹기 시작했다. 금요일에는 많은 아이들이 학교 외부로 나가서 음식이 영- 아닌데 오늘은 왠일로 닭다리가 나왔다. 바보들, 이걸 안 먹고 나가다니. 손에 간장 양념이 뭍는 것이 싫어서 젓가락을 사용해 닭고기를 찢어내 입 안으로 집어 넣었다. 하루종일 나를 괴롭게 하던 만연필과 그놈의 망할 김석진 생각은 잊고 잠시나마 행복을 즐겼다. 그런데 신은 나를 잠시라도 행복하게 놔두고 싶지 않은가보다. 저 멀리서 또 거슬리는 이름 석자가 들려왔다.
"야, 김석진! 일로 와!"
그래, 또 김석진이였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석진은 자신을 부른 무리들을 발견한 것인지 식판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석진이 다가가자 남자아이들은 가운데 그가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곤 이내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멀리 있어서 이야기가 잘 들리진 않았지만, 대충 봐도 석진은 어딜 가나 무리의 중심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나 같은 머글 말로는 흔히 말하는 인싸. 뭐 그런셈인거지. 내가 너무 멍하니 응시한 것인지, 그들과 웃으며 이야기하던 석진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이번에는 옆에 놓아둔 만연필이 눈에 띄었다. 하여간, 쟤나 너나 나를 괴롭히는 건 매한가지구나. 아까까지는 잘 만 넘어가던 닭다리가 갑자기 맛없게 보였다. 내가 젓가락질을 굼뜨게 하니 맞은편에서 정신없이 음식을 해치우던 루완다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진아, 왜 이리 깨작대? 오늘 무려 간장 양념 닭다리가 나왔다고!
안먹을거야?"
입맛이 없어진 나는 그저 통통하게 잘 익은 닭다리의 몸통을 젓가락으로 콕콕 찔러만대다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갑자기 입맛이 없네. 루완다, 내 것 먹고 싶음 가져가서 먹어도 좋아."
이에 루완다는 신이 난 표정을 지으며 내 닭다리를 가져갔다. 나는 그저 그런 그녀의 행동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뒷통수가 따가운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무시했다.
만족 그 이상을 넘어서게 먹은 루완다는 이 상태로는 연습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기숙사에서 약을 먹고 가겠다며 먼저 가라고 말하며 사라졌다. 통통하게 오른 배가 교복 넘어로도 보이는 듯한 모습을 상상하며 생각했다. 바보..그러게 누가 그렇게 많이 먹으래..이따가 급체 하지는 않을까- 그녀를 걱정하면서 연습장으로 향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건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근처 벤치에 털썩 앉으며 만연필을 보았다. 저무는 햇살을 받아 만연필이 투명하게 빛났다. 결국 못 전해줬네. 겁쟁이, 정진아. 다리 위에 만연필을 올려두고 한숨을 내쉬며 다리를 끌어안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디 아픈거야?"
누군가의 음성에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만연필도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고, 모래 바닥에 케이스가 살짝 더러워졌다. 내가 주으려하자, 그가 더 빨랐다. 투명한 푸른빛을 띠던 만연필이 노을빛을 입고 영롱한 붉은색으로 변했다. 그가 케이스를 열고 만연필을 꺼냈다.
"아..그건...!"
"이거 내 꺼야?"
케이스를 열기 전에 가로챘어야 했는데, 늦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면 그의 가문 인장을 새긴 만연필이라, 누가봐도 김석진의 것이였으니. 이런식으로는 주고 싶지 않았는데 준비한 멘트랑 모든 상황이 내 머리속에서 전부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그는 제 가문이 새겨진 부분을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조심스레 만졌다. 조금이라도 때가 탈까봐 아주 조심, 조심하면서-
"고마워, 진아야"
나는 그저 고개를 푹 숙였다. 아까 석진에게 수줍게 선물을 건네던 수 많은 아이들이 떠올랐다. 보나마나 그 아이들한테 한 것 마냥 겉치레로 웃어주겠지. 아까의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내가 여전히 아무말 없이 바닥만 응시하고 있었을까, 그가 한발자국 움직여 더 가까이 왔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에 내가 당황해서 주춤하며 고개를 팍 들자, 그가 있었다. 어......그러니까,김석진이

"예쁘다, 진아야"
아까 선물을 받을 때와는 상반되는 진심 어린 웃음을 짓고 있었다. 게다가 귀까지 잔뜩 빨개져선 말이다.

"정말로 예뻐."
아까보다 더욱 선명해진 노을이 그와 나를 뒤덮었다. 상기된 그의 표정이 진심을 말해 주고 있었다. 나는 마음 속 어딘가에서 조금씩 터져나오는 무언가를 막으려고 손을 잔뜩 움켜쥐었다. 그는 여전히 다정스레 웃고 있었으며 나는 강렬한 노을빛 때문인지 무엇때문인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마음이 뜻 대로 움직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건 반칙이잖아, 김석진.
진아가 알지 못하는 석진이가 선물을 받고 나서 아무도 안 볼 때 한 행동
"고마워"
석진은 으레 가식적으로 웃음을 지으며 선물을 받았다. 여자아이는 뭐가 그리 좋은것인지 고맙다고 말하며 제 친구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자리를 벗어났다. 석진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옆에 보이는 쓰레기통에 선물을 쳐박으며 냉한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쓸모없어, 대체 이게 몇번째야.'
그리고 자리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두번째 여주인공인 진아로 돌아왔습니다! 석진이는 진아한테만 찐으로 다정한 남자였던 것 ㄷ ㄷ ㄷ;; 여기서 포인트! 석진이는 과연 만연필을 보고 예쁘다고 한 걸까요, 아니면 진아를 보고 예쁘다고 한 걸까요! ^ㅁ^
저는 지희와 태형이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 진아와 석진이 이야기를 쓰는게 더 어려운거 같아요...지희도 아끼지만, 진아는 호그와트 캐릭터에서 제가 제일 아끼는 캐릭터 설정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아이의 심리 묘사와 성격을 잘 반영할 수 있을까 정말 많이 고민하고 시놉도 진아 짜는게 가장 힘들어요...최애라 그런강...ㅋㅋㅋ그래서 쓰고 나면 진아의 심리 묘사가 너무 뜬금없지는 않을까 여러분들이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까 걱정이 됩니다. 진짜 어려운 캐릭터거든요....스포성이라 전부는 다 말해드릴 수 없고 진아가 왜 석진이에 대해서 부담과 거리감을 느끼냐면, 사랑에 대해 두려운 감정을 가지고 있는 여러모로 과거가 있는 친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처를 받을까봐 주저하는 거예요. 더 이상 말하면 주절주절 얘기할 것 같으니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겠습니다! 석진이가 아직까지 등장을 많이 안했는데, 여주인공이 그동안 피해서 그런거고요^^ 진아의 마음에 변화가 시작되었으니 앞으로 서서히 많이 등장하게 될거예요. 그럼 진아의 우당탕 호그와트 생존기를 통해서 어떻게 이 아이가 변해가는지 지켜봐주세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