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로 나는 김태형에게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런데 뭐가 그리도 탐탁치 않은지 그는 줄창 내 부탁을 거절해왔다. 들은체도 안하고 화제를 돌리며-
"다음 수업 스네이프 교수야. 과제는 다 끝낸거야?"
"....너, 말 돌리지마."
이렇게 말이다. 도통 내 말을 들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 모습에 힘껏 그를 째려보았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내 머리칼을 아주 느리게 귀 뒤로 넘겨주면서 얼굴을 가까이하였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나는 숨을 훅- 참았다. 나른한 눈빛으로, 하지만 어딘가 옭아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다 배우면, 이제 나 버릴려고?"
"그게 무슨...."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본인을 좋아하지 않는걸 눈치챈건가. 애초에 내 목적은 김태형의 권력을 이용해 슬리데린 애새끼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 편히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이 목적이였으니.
김태형은 여지껏 괴롭히던 내 머리칼을 이내 놓아주더니 큰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쥐었다. 어물쩡거리며 교실에서 머무느라 우리 둘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다음 수업을 위해 사라진지 오래였다. 눈을 마주하지 않는 나를 보며 얼굴에 좀 더 강한 힘을 쥐며 제 눈을 보게 했다. 마주 본 그의 눈빛에 나는 온 몸이 굳었다. 살벌함과 광기 그 언저리를 돌며 빛내는 눈빛에 등 뒤가 서늘하고 숨이 막혔다.
"자기야, 뭐든 다 좋아. 근데-"
"............"
"바보같은 짓은 그만 두는게 좋을거야."
그리고 내 볼을 다정히 한번 쓸고는 책을 들고 뒤를 돌았다. 간과했다. 그는 블랙가문의 김태형이라는 걸. 저를 이용하는 걸 알아차림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 없이 넘어가주는 그에게 고마워해야할지. 김태형이 뒤를 돌아 나를 쳐다보고 활짝 웃었다.
"자기야, 뭐해? 수업 늦겠다."
동시에 상대를 완전히 잘못 골랐다는 후회가 들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느릿느릿 제게 다가오는 나의 팔을 잡아당기곤 제 품에 꽉 끌어안았다. 그가 보지 못하도록 이를 까득 물며 그의 말을 다시 회상했다.
"뭐든 다 좋아. 근데-"
".........."
"바보같은 짓은 그만두는게 좋을거야."
이미 잔뜩 옭아매여 벗어날 수 없는게 운명이라면, 내 기꺼이 너를 이용하리라.
김태형은 본인이 방금 전 무슨 말을 한지 잊은 것인지 평소와 똑같았다. 그가 그런 체 하니 나도 그런 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나와 김태형은 각자의 자리에 가 앉았다. 교실의 분위기가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아마도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과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것이겠지. 한가지 더 말해보자면 호그와트의 최대 이슈가 바로 나와 김태형이라는 점이다. 2년 내내 혼자 다니던 고결한 순혈 왕 자 님께서 한낱 머글 따위랑 어울리니 그러한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나한테만 예외적으로 굴어대는 김태형의 태도가 소문에 불을 붙였다. 그간의 왕따 경험으로 슬리데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누굴 조심해야하는지 주변 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한 나와는 달리 김태형은 그저 아무 생각없어 보였다. (근데 아무생각 없어 보이는 건 나한테만 그런건지 생긴게 원체 무섭게 생겨서 아이들은 그가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뭐, 시끄럽게 우리 둘의 관계에 대해 떠들어대던 아이들도 김태형만 나타나면 입을 다무니 그가 소문에 무신경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손가락으로 펜을 굴려대며 딴 생각에 빠져있자, 기어코 교수님께 지적을 당하고 말았다. 아, 스네이프 교수님은 꽤 까다로운데-라는 생각을 하며 수업 내내 눈총을 받느라 애를 먹었다. 지옥같던 수업이 겨우 끝나고 어쩐지 힘이 빠지는 기분에 책을 덮으며 한숨을 쉬었다. 김태형은 스네이프 교수의 부름에 내게 눈짓으로 먼저 가라고 한 뒤에 그의 뒤을 따랐다. 짐을 챙겨 기숙사로 향하려 교실 문을 열자, 태형에 된통 당한 이후로 한동안 조용했던 그 무리들이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어깨를 밀치며 다시금 교실 내부로 나를 몰아넣는 그들의 행동에 처음에는 좀 웃겼다. 김태형이랑 같이 다니는 꼴을 봤을텐데 위협을 가하는 꼴이 멍청했다.
"잡종, 그동안 자-알 지냈냐?"
"표정 보니 잘 지낸거 같네?"
내 이마를 툭툭 쳐대며 말하는 그들에 나는 있는 힘껏 손을 쳐내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들이 무섭다며 낄낄거리며 나를 조롱했다.
"이렇게해서 너네만 더 손해인거, 모르는건 아니지?"
그러자 저들끼리 눈을 마주하더니 이내 푸하하-웃음을 터트리며 웃어댄다. 그러곤 지팡이를 휘둘러대며 말했다.
"잡종, 슬리데린은 너처럼 멍청하지 않아. 정신계열 마법으로 트라우마 남기고 기억 삭제하면 아무도 마법 사용한 줄 모른다고. 특히나, 이렇게 김태형이랑 떨어져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고 말야?"
또 다시 그때와 같은 기분이 엄습했지만, 당황한 티를 내지 않았다. 지금은 김태형도 스네이프와 이야기 중이라 상황을 알아차릴리 만무했다. 이들은 그 점을 노렸을테니까- 심장이 거세게 뛰고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지만, 침착해야만 했다. 지금은 내 스스로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만 했다. 그들이 저열하게 웃으며 점점 나에게 다가왔다. 조급함에 머릿 속이 하얘질 것만 같았다. 침착해, 생각을 해. 어짜피 3명 뿐이야.
마법만 잘 한다고 싸움을 이기는 게 아니야. 심리적 기술을 잘 활용해야지-
그들이 이내 나에게 마법 주문을 외려는 순간, 내가 피식 웃었다. 그들은 내가 당황하지 않자, 주춤거렸다. 그 틈을 발견하고 더 파고들었다.
"트라우마? 재밌네. 너네 왜 아직도 내가 김태형이랑 같이 다니는지 모르는거야?"
믿져야 본전이다.
그들은 여전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인상을 찌푸리며 똑바로 말하라고 소리쳤다. 불안해보이는 눈동자는 덤으로-
걸렸다.
"블랙 가문 김태형이 진짜로 실력도 없는 애랑 다닐거라 생각해? 그동안 보는 눈이 많아서 참은건데, 어떻게 여기서 한 판 조질까?"
내가 여유롭게 웃으며 지팡이를 들어보이자, 겁 먹은 조무래기가 그러게 내가 하지 말자고 했잖아! 라고 제 무리들에게 말하곤 교실을 뛰쳐나갔다. 나머지도 동요한 건 마찬가지인지 주춤거렸다. 그러나 꼴에 자존심이 뭐라고 부들거리며 요지부동으로 서있었다.
빈틈을 보이면, 가차없이 눌러 죽여야지.
나는 쐐기를 박기 위해서 눈을 부릅뜨고 살벌한 목소리로 위협했다.
"야, 순혈. 멍청한 슬리데린으로 남고 싶지 않으면 꺼져."
그러자 이내 말을 더듬으며 두고보라고 말하며 도망갔다. 다시금 교실엔 정적만 가득했다. 상황을 일단락 시켰다는 안도감과 함께 다리가 후들거렸다. 여러가지로 좋지 않은 일만 가득한 하루라서 그런지 한시라도 빨리 기숙사로 가서 쉬고 싶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라 아이들은 이미 그래이트홀로 빠져 기숙사는 한산했다. 밥도 먹고 싶지 않았다. 괜히 슬리데린 식당에 갔다가 피를 보고 싶지는 않아서, 이미 너무 지쳐있었다. 머리를 쓸어 넘기며 문고리를 잡아 당기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태연히 내 침대에 앉아 협탁 위 올려둔 나와 진아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가가서 액자를 빼앗았다. 놀라지도 그렇다고 기분 나쁜 표정을 짓지도 않은 채 나를 올려다보고 말했다.
"자기야, 왜 이렇게 늦게 왔어"
근데 왜 이렇게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지. 욱하는 마음에 들고 있던 책을 김태형 가슴팍에 신경질적으로 던지며 말했다.
"자신만만하더니, 이딴게 니가 남을 지키는 방식이야?"
김태형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물었다.
"무슨 소리야. 알아 듣게 말해."
내가 악에 박쳐 소리를 질렀다.
"어떤 상황이든 지킨다고? 마법 가르쳐 달라고 할 때 그렇게 기분 나빠하더니, 결국 또 이 꼴이 났잖아!!!!!!!!"
씨발, 눈물은 왜 또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건지. 진짜 눈구멍을 틀어막고 싶을 지경이였다. 얼굴에 열감이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씩씩대며 김태형을 노려보았고, 눈에서는 자꾸만 눈치없는 뜨거운 것이 줄줄 흘러 내렸다. 내 말을 알아들은 김태형은 이내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또 그 새끼들이야?"
표정은 금방이라도 찾아가 죽일 기세였다. 근데, 지금은 그딴거 하나도 안무섭다. 살라자르의 재림? 죽을 고비만 여기와서 몇번을 겪었는데, 목숨 잃는 것보다 두려울게 뭐가 있어. 웃음만 나와서 허- 하고 짧은 실소를 터트렸다.
"그럼 어쩌게, 가서 죽이기라도 하려고?"
김태형은 말 없이 나를 올려다봤다. 내 스스로의 무능력에 화가난건지, 아니면 진즉 마법을 가르쳐 주지 않아 이런 상황이 또 다시 오게끔 만든 그에게 화가 난건지 알 수 없는 뒤섞인 감정이 봇물 터지듯이 입을 타고 흘러 나왔다.
"그래, 네 예상대로 나 너한테 일말의 관심따위 없어. 네 권력이랑 마법이면 그 새끼들이 나 못 건드릴까봐 너한테 접근한거야. "
"알아."
태형아,
"날 원해?"
너한텐 이미 단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어.
한 발자국 다가서서, 비소를 날리며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원한다면 네 마법을 가르쳐, 그게 날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태형은 사실 알고 있었다. 그녀가 아니라 본인이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며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제 목숨을 위협하는 덫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벗어날수 없는 아주 달콤한-
이번에 태형이와 지희 이야기가 꽤나 길었죠?! 저도 쓰는데 길어져서 혼 좀 났습니다요;ㅠ 쓰다보니 길어지더라고요.. 지희가 왜 그렇게 마법을 배우는데 집착을 하는지 이해가 안가실 것 같아 설명해드리자면, 노력으로 웬만한건 다 이루는 머글세계에서 살다가 선천적 능력이 바탕인 마법 사회에서는 실력이 현저히 낮아서 스스로의 무능력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성격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희가 괜히 슬데에 온게 아닙니다..마법 모자는 머리 잘 굴릴 줄 아는 지희 슬데에 쳐넣습니다..근데 2년 학교 다니면서 실력은 하나도 안늘고 친구도 떨어지고 괴롭힘이나 잔뜩 받으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예민 최고치!!! 필요 없는 부분이라 스토리에는 넣지 않았지만 아무튼 지희는 지금 불안한 심리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요...그래서 더더욱 제 스스로의 힘에 집착하고 감정의 변화도 심하죠. 전...여주가 구르는게 좋아요.... 앞으로도 두 여주는 아주 많이 많이 잔뜩 구를겁니다...기대하셔도 좋아요...>_<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