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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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상점 05꿈의 상점 2020. 9. 3. 05:56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이 이상한 곳에 머문지도 어느덧 이 주째였다. 아침잠이 많은 탓에 항상 시계 바늘이 12시를 지나가야 겨우 눈을 뜨곤 했다. 여기와서 하는 일이라곤 정말이지 아무 것도 없었다. 느즈막히 일어나서 성찬이 차려준 밥을 먹고 집 뒷편에 딸린 작은 정원을 산책하며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며 시간을 죽이곤 했다. 그러면 어느새 바깥 일을 마친 성찬과 찬이가 돌아와서 함께 저녁을 먹곤 했다. (찬이는 싫어했지만, 성찬이의 협박같지 않은 협박으로 겸상 중이다) 한량처럼 아무 것도 안하지만 죄책감은 없었다. 어짜피 나는 이곳 사람도 아니고 때가 되어 기한이 끝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테니 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성찬이가 차려준 저녁밥을 먹으려고 식탁 의자를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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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상점 04꿈의 상점 2020. 5. 18. 03:54
🎵Mario, JJD (꼭 들어주세요!) 식탁 위에는 정체 모를 물이 잔뜩 끼얹어져 있어 반찬이나 밥이라 할 것 없이 모든 것들이 난장판이였으며, 성찬은 티슈 한장을 뽑아 얼굴에서 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닦아내었다. "누나...저 진짜 괜찮아요...어서 일어나세요...." 괜찮다고 말하는 성찬이지만, 표정은 전혀 그래보이지 않았다. 나는 더더욱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성찬아 내가 미쳤나봐....감히 네 용안에 .....' 바닥에 무릎을 꿇고 성찬에게 석고대죄를 하고 있었다.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듦과 동시에, 만약 상대가 성찬이 아니라 찬이였다면 어땠을까..생각했다. "혹시 미쳤어요?" 잠시 상상을 하는데 등골에 소름이 끼치는 기분에 그만두었다. 다른 의미로 이 꿈에서 영영 깨지 못할게 분명했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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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상점 03꿈의 상점 2020. 3. 4. 04:12
"찬아?" 아무말 없는 찬영에 당황한 것은 나 뿐 만이 아니였는지, 성찬이 의문을 띈 음성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약간의 재촉이 담긴 부름에 찬영은 못마땅한 표정을 여전히 지우지 않은 채, 입술을 열었다. "이 찬" 찬영이는 본인의 이름만 툭- 내뱉고 입술을 앙 다물었다. 그의 놀라운 용안을 보고 놀란 건 둘째치고, 이유없이 날 선 태도에 경직되어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본인 이름을 '이찬영'이 아닌 '이찬'이라고 소개하는게 귀엽기도 하고 왜 이름이 '이찬'일까 하는 쓸데 없는 생각이 비집고 나왔지만, 다시금 그의 버석한 표정을 보고 그 생각은 쏙 들어갔다. '저 살벌한 표정봐라....꿈 속에서는 이름이 이찬영이 아니라 이찬인가보네.....귀엽다.....그치만 무섭다......"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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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상점 02꿈의 상점 2020. 3. 2. 05:20
🎵Tobu, Candyland(신중히 고른 음악입니다. 꼭 들어주세요! ) 번-쩍 눈을 뜨니 내 방 침대였다. 커튼 사이로 빛을 가득 담은 햇살이 이불을 적셨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침대에서 일어나며 생각했다. '꽤 그럴듯한 꿈이네' 라고- 아쉽긴 했다. 꿈이라고 해도 소원을 들어준다는 꿈은 처음이였으니 말이다. '이왕이면 만난 서사까지 다 보여주고 깨면 덧나나..' 그의 얼굴 조차 못보고 끝나버린 꿈에 아쉬워 하며 바닥을 딛었다. 맨발이 차가웠다.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3월의 초입이였다. 거실로 나가면 보일러부터 바로 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방문을 열어재꼈고,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방문을 연 순간 보이는 장소는 우리집 거실이 아니라 난생 처음 보는 길거리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같지도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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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상점 01꿈의 상점 2020. 2. 29. 02:54
🎵백예린, 야간비행 당신의 소원을 이루어드립니다. 어서오세요- 꿈의 상점으로-!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파아란 색감과 자수한 듯 일정한 별들을 박아놓은 하늘. 목이 빠져라 올려다 볼 만큼 고고하게 서있는 시계탑과 풍성한 분홍향기를 잔뜩 과시하며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나무까지- 나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아니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풍경에 넋을 놓았다. 한참을 시계탑 앞에 서서 고개만 돌려가며 위치를 파악해내려 애썼다. 분명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누운게 마지막 기억이였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장소에 잠옷을 입고 맨발 상태로 이 곳에 서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꿈인게 확실하다. 하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달큰한 벚꽃향과 피부를 간지럽히는 머리카락들이 생생했다.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