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상점 02

 🎵Tobu, Candyland

(신중히 고른 음악입니다. 꼭 들어주세요! )
 

정성찬 x 유지희 x 이찬영

 
번-쩍

눈을 뜨니 내 방 침대였다.
커튼 사이로 빛을 가득 담은 햇살이 이불을 적셨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침대에서 일어나며 생각했다.
'꽤 그럴듯한 꿈이네' 라고-
아쉽긴 했다. 꿈이라고 해도 소원을 들어준다는 꿈은 처음이였으니 말이다.

'이왕이면 만난 서사까지 다 보여주고 깨면 덧나나..'

그의 얼굴 조차 못보고 끝나버린 꿈에 아쉬워 하며 바닥을 딛었다. 맨발이 차가웠다.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3월의 초입이였다. 거실로 나가면 보일러부터 바로 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방문을 열어재꼈고, 얼어붙을 수 밖에 없었다.
방문을 연 순간 보이는 장소는 우리집 거실이 아니라 난생 처음 보는 길거리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같지도 않았다.
줄줄이 늘어선 2층 주택집들, 알록달록한 갖가지 꽃들을 파는 가게와 갓 구운 고소한 빵 냄새를 풍기는 베이커리, 시커먼 시멘트 바닥이 아닌 하얀 인도.
게다가 가장 결정적인 것은 빵 집 간판에 쓰여있는 언어를 전혀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저건 프랑스어도 아니고 독일어도 아니고..뭐라고 읽는거야? 나 꿈에서 깨어난게 맞긴 해? 아니 설마 이거 꿈 속의 꿈인가? 나 또 자각몽 꾸는거야? '

또 다시 자각몽을 꾸는 건가 싶어서 다시 방문을 닫고 들어가려고 뒤돌았는데 감쪽같이 사라져있었다. 내 방!!!!!
순식간에 집도 없어진 나는 또 다시 잠옷차림으로 길거리에 멍하니 서 있어야만 했다.

'아 몰라- 어짜피 이것도 꿈이니까 시간 좀 지나면 또 깨어나겠지.
됐어 될대로 되라고 해! '

좇까라는 심정으로 나는 길거리를 맨발로 터벅터벅 걸었다.

'근데 왜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인 것 마냥 쳐다보는거지..? 헉! 설마 내가 자각몽을 꾸고있다는 걸 들킨건가?'

잠옷차림에 맨발로 걸어다니는건 생각도 못하고 완전히 핀트를 잘못 잡은 나는 1분 전까지만 해도 될대로 되라는 심정은 쓰레기통에 쳐박고 사람들의 시선과 수근댐에 점점 움츠러들었다. 바라보는 시선들이 상당히 날카로워 빨리 이 꿈에서 깨고 싶을 지경이였다.그때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잡아챘다. 화들짝 놀라 바짝 긴장한 채로 느릿하게 고개를 틀었다. 어깨를 잡아챈 주인공의 얼굴을 본 순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괜찮으세요?"

그다. 괜찮냐고 묻는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나를 사납게 쳐다보던 사람들의 시선은 이미 잊은지 오래였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말이 안나온다는 말이 그제서야 공감됐다.
그의 얼굴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는데,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나의 어깨를 감싸안고 웃으며 말했다.
 
"잠시 실례할게요."

성찬이 내 어깨를 감싸고 거리를 걷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사람들의 시선도 흩어졌다. 그의 얼굴에 정신이 팔려 달라진 분위기조차 느끼지 못했다.

'와 개잘생겼어..정성찬이 내 꿈에 나타나다니..깨어나자마자 무조건 메모해둬야지!'

근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성찬이 그러쥐고 있는 어깨에 닿은 손,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의 얼굴, 그리고 이 길거리까지-
모든게 너무나 선명했다. 꿈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각몽이 원래 이런건가 의아해 하다가 처음 꾸는거라 잘 모르는거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맨발로 거리를 돌아다니시면 발 아플텐데, 혹시 길 잃으신건가요?"

성찬은 어디서 났는지 자신이 들고 있던 가방에서 나한테는 조금 커 보이는 신발을 신으라고 바닥에 내려두면서 말했다.
그의 옆태를 힐끔힐끔 훔쳐보던 나는 갑작스레 말을 걸자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에..네?! 아..저 그게...."

그런 나를 보더니 성찬은 곤란한 질문이라 말하기 어려워한다 생각했는지 괜한 걸 물었다며 혹시 머물 곳이 없다면 자기네 집으로 가는게 어떠냐고 물었다. 이게 왠 횡재냐 싶어서 나는 강력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짜피 곧 깰 꿈. 성찬이 얼굴이라도 실컷 보자-싶었다. 내가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긍정의 표시를 하자 그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싱긋 웃으며 자기 집으로 나를 데려갔다.

 
 
 
 
 
 
 
 
 
 
 
 
 



성찬은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서자 내 어깨에 두른 팔을 빼내며 말했다.

" 죄송해요. 아까는 위험해보이시길래...기분 나쁘셨다면 사과 드립니다. 이 거리가 워낙 험해서요."

'죄송하긴 성찬아...나는 너무 좋았어....사실 더 그러고 있어도 되는데....황홀해 정성찬 최고야...너는 진짜 너무 스윗해...'

나는 그가 내 어깨에 두른 팔을 빼내자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시다가,
절대 내 변태같은 마음을 들켜서는 안됀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아주 최대한 청순한 척 웃으며 말했다.

"죄송하긴요! 괜찮아요~ 위험한 곳에서 구해주신거잖아요..게다가 잘 공간도 제공해주시는데.."

"어려운 분이 있으면 돕고 살아야죠. 상황이 나아질때까지 언제든지 편하게 머물다 가셔도 되요. 아! 그런데 제가 같이 살고 있는 동생이 있어요. "

"앗! 동생 분이랑 사시는 거면 제가 신세를 져도 되는걸까요? 민폐가 아닐지.."

말은 이렇게 해도 성찬이 얼굴 조금 더 보기 위해서 집에 같이 갈 생각이였다. 나의 이런 불순한 생각은 꿈에도 모르는 순수한 성찬이는 동생은 착한 아이라서 이해해 줄 거라고 말했다. 그에 나는 안심된 표정을 지으며 다행이라고 말했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는 와중에 그는 뭔가 생각난 듯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성찬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본인의 이름을 말했다.

저는 성찬이예요. 정 성 찬. 
 
'알아, 스엠도루 처돌이로서 당신 이름 모르면 간첩이야..'

속으로는 잔뜩 흥분했지만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척하며 말했다.

"저는 26살 유지희라고 해요."

"저 보다 누나셨구나~ 어려 보이셔서 동생인 줄 알았어요. 잘 부탁드려요, 지희 누나."

내 나이에 놀라기도 잠시, 성찬은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평생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이름이였는데.
그의 고운 음성을 타고 흘러나온 내 이름이 귓가에 박히자,
정말 예쁜 이름처럼 느껴졌다. 미동도 없이 그를 쳐다보며 빨개질 것 같은 얼굴에 고개를 휙-돌리며 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ㄴ..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성찬씨!"

당황스러움에 큰 소리를 내버려 성찬이 놀라진 않았을까 눈동자를 굴려 힐긋 쳐다봤다.
여전히 웃는 낯이였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다정스레 쳐다보는 그의 시선에 결국 난 볼을 붉힐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바람을 타고 날아온 벚꽃잎이 내 뺨을 간지럽히고 도망갔다.
봄의 시작이였다.

 

 
 
 
 
 
 
 
 
 
 
 
 
 
 
 
 
 
 
 
 
 
 
설렘을 느끼기도 잠시, 그는 이내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고 나에게 들어오라며 손짓하길래 냉큼 따라 들어갔다.
성찬은 현관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신발 하나를 보더니 동생이 마침 집에 있는것 같다면서 소개를 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괜스레 긴장이 됐다. 꿈인걸 알면서도 내심 내가 여기서 머무는걸 싫어하면 어쩌나-같은 쓸모없는 고민을 해댔다.

성찬은 신발을 벗으면서 내가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걸 눈치챘는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의 부드러운 표정에 살짝 마음을 풀고 거실로 들어갔다. 동생을 찾아오겠다며 성찬은 방 안으로 들어갔고, 살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으로 들어가는 그를 확인한 후, 잠시 멀뚱히 서 있다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집 안을 구경했다.

'이게 바로 성찬이의 러브 하우스....! 현실에서는 볼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마음 껏 구경해야지~'

콧김을 마구 뿜어내며 또 다시 변태같은 망상을 즐기고 있었을 때 성찬은 한 인영과 함께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변태같은 망상을 하며 지었던 표정을 갈무리하고 가까워지는 그들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 찬아, 인사해. 사정이 어려우셔서 당분간 우리 집에서 머무르시게 됐어."

근데 이게 무슨 일이야. 이찬영이 내 눈 앞에 서 있었다. 정성찬에 이찬영이라니..이게  뭔 미친 조합이야....
자각몽을 꾸면서 두 존잘을 만나게 되다니, 신이 내 간절한 바람을 꿈에서라도 들어주셨구나 싶었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찬영이를 보자 긴장이 되어 쿵쾅을 넘어서 덜컥거리는 심장이 아파왔지만, 티를 내지 않은 채 억지로 입꼬리를 당겨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유지희라고...ㅎ..합니다.."

긴장된 마음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는지 살짝 목소리가 떨렸다. 속은 이미 엉망진창이였다.
찬영을 쳐다보고 인사를 하면 울면서 바짓가랑이를 잡고 그의 외모에 대한 찬사를 줄줄이 늘어놓는 바보같은 짓을 할 것 같아서
시선은 바닥에 처 박은 지 오래였다.

'와...이찬영이야...이찬영이라고...진짜 이찬영....!'

찬영은 아무말이 없었다. 여전히 그의 앞이라 긴장이 되지만, 제 인사에 대답을 해주지 않자 나는 조금 당황스러워 지금까지 부끄러워서 쳐다보지도 못한 그의 얼굴을 살짝 고개를 들고 응시했다.

"동생은 착해서 이해해줄거예요"

나는 아까 성찬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성찬아...그거 아닌 것 같아.....'

찬영의 눈빛을 보고 나는 그대로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낯선 표정이었다. 



 
 
 
 
 
 
 
 
 

 
 
 
 
 
 
 
 
 
 
 
 
 
 
 
 
 
와꾸 천재들 한꺼번에 등장시키기!